새로운 다큐멘터리를 통해 스웨덴 외교관 라울 발렌베리의 삶과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1945년 1월, 소련 보안 기관에 체포되어 모스크바로 끌려간 발렌베리의 이야기는 수많은 책, 기사, 영화, 다큐멘터리를 통해 다루어졌지만, 이번 다큐멘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그의 비극적인 최후를 조명합니다.
발렌베리의 죽음: 새로운 증언
1947년 7월, 발렌베리는 루비얀카 NKVD 감옥에서 독극물 주사로 살해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1994년 출간된 파벨 수도플라토프 전 소련 내무부 차관의 저서를 통해 제기된 주장입니다. 소련은 공식적으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수도플라토프는 발렌베리가 소련의 요원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에 살해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수도플라토프는 또한 스탈린이 발렌베리를 체포한 이유가, 강력한 발렌베리 가문을 상대로 서방과의 유리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협박 수단으로 삼기 위함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시각
새롭게 공개된 미국 다큐멘터리 “라울 발렌베리: 실종”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9월 22일부터 SVT에서 방영된 이 다큐멘터리는 제이크 질렌할, 제이미 리 커티스, 브라이언 콕스 등 유명 배우들의 내레이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발렌베리의 삶과 죽음을 상세하게 다루며, 특히 1990년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이자 1999년 총리를 잠시 역임했던 세르게이 스테파신의 인터뷰를 통해 발렌베리가 소련 감옥에서 사망했음을 재확인합니다. 스테파신은 “그 시대에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며 발렌베리의 죽음을 인정했습니다.
스웨덴 정부의 무관심과 발렌베리 가문의 침묵
다큐멘터리는 제2차 세계 대전 말, 수만 명의 헝가리 유대인을 구출한 발렌베리를 구하기 위해 스웨덴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점을 지적합니다. 스웨덴은 당시 연합국의 일원이었던 소련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발렌베리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발렌베리의 체포 사실을 인정한 소련에 대해, 스웨덴 주 모스크바 대사는 그가 헝가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스웨덴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더불어, 발렌베리 가문 역시 그의 귀환에 적극적이지 않았음을 지적합니다. 발렌베리 가문은 나치 점령 하의 부다페스트에 라울을 파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SKF와 같은 발렌베리 소유 기업이 나치 독일의 전쟁 기계에 기여한 혐의로 미국 내 자산이 한때 동결되기도 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발렌베리 가문이 라울의 귀환보다 소련과의 스웨덴 신용 협정을 성사시키는 데 더 관심이 있었을 수 있다고 암시합니다.
미스터리는 계속된다
“왜” 발렌베리가 체포되었고, “왜” 살해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스웨덴 정부와 발렌베리 가문 모두 발렌베리의 비극적인 운명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음을 시사하며, 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향한 여정을 이어갈 것을 예고합니다.
다큐멘터리 “라울 발렌베리”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9월 23일 화요일 SVT2에서 방영되었으며, 두 번째 에피소드는 9월 30일에 방영될 예정입니다. SVT Play에서는 9월 22일부터 시청 가능합니다.
